2013년 8월 13일. 상가임차인 보호를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었다. 현재까지 보증금 초과 때문에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던 상가 임차인에게도 갱신요구권이 인정되어 5년간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예전과 달리 철거나 재건축을 이유로 임대인 마음대로 재계약을 거절할 수도 없게 된 것이다. 더하여 영세한 자영업자가 낮은 이자로 전세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이 개정되었다.
가장 주목 받는 개정내용은 5년간 갱신요구권을 모든 상가 임차인에게 확대 적용한다는 부분이다.
장기 계약을 하지 않아도 무조건 5년은 보장되는 건가요?
상가임차인은 장기임차를 원하는 게 일반적이다. 영업을 위한 시설과 비품에 투자한 비용이 상당한 데, 짧은 기간 영업하고 나가라고 요구하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약자인 상가임차인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되었지만, 여전히 상가임차인에 대한 배려가 충분하다고 여기는 이는 드물다. 위 질의에 대한 답변부터 드리면 '한도액을 초과하면 보장되지 않습니다'이다.
개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2014년 1월 1일부터 서울 4억원, 수도권 및 과밀억제권역 3억원, 광역시 등 2.4억원, 그 밖의 지역 1.8억원으로 한도액이 입법 예고되어 있다.
이 한도액을 초과하는 상가는 5년의 ‘갱신요구권’이 주어질 뿐, 5년의 임차기간 ‘보장’ 받을 수는 없다.
또한, 법상 한도액 안의 범위에 있다 하더라도 적어도 두 가지 전제가 있어야 5년의 임차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 첫째는 재계약 때 임대료 인상 한도(현재 9%)를 지켜야 하고, 둘째는 기간 중 건물 주인이 바뀌더라도 기존의 임대차계약이 그대로 승계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재계약 시 9% 이상이 인상되면 5년의 임차기간 보장을 받지 못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임대인이 9% 이상의 인상을 요구하여 5년의 기간보장을 못하도록 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개정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2 (계약 갱신의 특례)는 '제2조 제1항 단서에 따른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의 계약갱신의 경우에는 당사자는 상가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그 밖의 부담이나 경제사정의 변동 등을 고려하여 차임과 보증금의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이 조항의 의미는 임대인이 마음대로 임대료를 올릴 수 없으며 주변 상가의 임대료 시세와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수준에서 올리라는 뜻이다.
왜 이런 조항이 생겨났을까?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근본적으로 '임차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이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임대인에게만 손해를 감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선언이다.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당연히 9% 이상의 인상요인이 있음에도 임차인이 임대인의 이익을 무시하고 '5년의 기간보장'으로 맞설 수 없도록 임대인의 사정도 배려한 입법이다.
그럼에도 5년이라는 기간은 당사자들에게는 서로가 애매한 기준이다. 그래서 현실적인 문제가 공존한다. 5년 이후의 재계약을 고려한다면 임대인의 9% 이상의 인상 요구가 법적으로 부당하게 여겨져도 받아들이며 친목(?)을 도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5년만 영업하겠다는 각오가 아니라면 현실적 약자인 임차인은 개정법이 보장한 최대한의 요구를 하는 것이 힘들지 않을까?
한편, 계약당사자인 임대인이 임차목적물을 처분할 때 문제가 있다. 상기 한도액 범위 내의 임차인이라면 새 소유주에게 대항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새 주인은 기존 임차인의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으니, 소위 '매매(물권)는 임대차(채권)를 깨뜨린다.'라는 사법의 대원칙 때문이다. 채권은 사람에게 요구할 수 있는 대인권이며, 누구에게나 요구할 수 있는 대세권이 있는 물권과는 다르다. 계약 당시의 임대인에게 요구(손해배상청구 등)할 수는 있어도 새로운 주인에게는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아닌 것이다.
임차인은 개정법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꼼꼼하게 권리를 보호받기 위한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한다.
1. 시설비가 많이 들어간다면 최대한의 기간을 확보하여 장기계약을 체결함이 유리할 수 있을 것이다.
2. 시설비 부담이 크지 않고 사업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면 장기계약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가게를 접어야 할 경우에 장기계약이 더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며, 장기계약을 하지 않더라도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법적으로 5년의 갱신요구, 기간보장이 되기 때문이다.
법언에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보호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국회의원에 의존하고, 개정법률에 의존하고, 힘 있는 친지와 동료에 의지하고, 대중들에게 호소하고... 그래서 충분할까? 내 것을 지키려면 스스로 부지런히 움직여야 마땅하다. 공부하고 고민하고 선택하고 궁리해야 원망이 없을 것이다.
개정법은 부족하지만, 개선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 모자라는 부분은 뛰어다니며 스스로 채워야 할 몫이겠다.